인도 남부로 이주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젊은 부부가 전당포에서 오래된 상자를 구입한다. 상자 안에 담겨 있던 악령이 풀려나면서 악몽이 시작된다. 임신한 부인이 악령에게 사로잡히자 남편은 랍비를 찾아간다. 인도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오싹한 느낌을 배가시키는 공포영화.

뭄바이의 금슬 좋은 부부 란잔과 프리야의 걱정은 단 하나. 란잔이 크리스찬이라며 결혼을 반대한 프리야의 부모님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 도시 전체가 파괴될 만큼 치명적 위험을 가진 원자력 폐기물 관리를 맡게 된 란잔은 코치로 이사 가게 되고 그곳에서 프리야는 고풍스런 상자를 구입하게 된다. 프리야가 상자를 열자 악령 에즈라가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가고 란잔은 랍비를 모셔와 구마의식, 엑소시즘을 거행하려 한다. 영화의 모티브라 할 수 있는 성경 속 ‘에즈라(Ezra)’는 유대인들에게 추앙 받던 인물로 유대인 남성이 비유대인 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에즈라와 란잔은 연인과의 다른 종교로 인해 고통 받는 인물들. 인도 영화가 발리우드 영화(뭄바이 옛 지명 붐바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라 불리며 상업성,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말, 뮤지컬 요소 등으로 인해 한 때 국내 관객층에게 어필되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에즈라>는 군무 대신 뮤직비디오와 광고 같은 감각적 영상 위에 아플리케를 하듯 공포장르의 컨벤션과 클리셰를 수놓았다. 타자의 시선, 종교, 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내 인생의 아름답고 잔인한 사랑 이야기. (홍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