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폭력단 항쟁이 일촉즉발인 상황. 신참 형사 히오카는 야쿠자들 사이를 오가며 줄타기하는 선배 형사 오카미가 의심스럽다. 야쿠자 영화의 고전인 <의리 없는 전쟁>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버전업한 비정한 폭력의 세계. 고독한 늑대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의 연기가 일품이다.

폭력단 대책법이 제정되기 전, 1988년의 히로시마는 야쿠자 조직간의 대립이 한창이었다. 신입 형사인 히오카는 고참인 오가미와 함께 현장에 투입된다. 그런데 히오카의 행동이 아무래도 미심쩍다. 그는 부패 형사인 것일까? 오가미는 동료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 부패한 것 같으면서도 오가미는 필요할 순간 필요한 일을 한다. 어쩌면 그는 야쿠자와 경찰 모두에게 적인 것일까? 시라이시 카즈야는 정통적인 스타일로 형사와 야쿠자의 풍경을 그려낸다. 야쿠자의 인간미가 아니라 저열한 일상과 소소한 미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도 인간이지만, 인간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오가미는 제목 그대로 고독한 늑대다. 경찰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믿지 않는다. 누구나 적인 동시에 친구다. 그렇기에 자신의 길을 간다. 폭력도, 섹스도 차고 넘칠 정도로 묘사되지만 과하지 않다. 야쿠자영화의 클래식 <의리 없는 전쟁>(1973)을 21세기에 다시 만든다면 당연하게도 <고독한 늑대의 피>처럼 될 것이다. 시대는 변했고, 새로운 감각으로 비열한 거리를 그리지만 답습하지 않는다. (김봉석)